펭퐁 리뷰: 때리지 않고 튕겨서 싸우는 펭귄
한 줄 평: 직접 때리는 손맛을 버리고 각도와 반동을 택한 게임. 빗나간 것이 돌아와 맞을 때 오는 쾌감이 이 게임의 전부다.
- 개발
- 샌디플로어(SANDY FLOOR)
- 배급
- 샌디플로어 · Gamirror Games
- 나온 날
- 2026년 8월 20일(스팀)
- 갈래
- 탄막 슈팅 로그라이크, 핀볼 물리
- 할 수 있는 곳
- 스팀(윈도·맥)
이 글은 대가 없이 썼습니다. 게임도 개발사에서 받지 않았습니다.
오락실 한켠에는 화면이 없는 기계가 한 대쯤 있었습니다. 유리 밑에서 쇠구슬이 튕기고, 몸통으로 기계를 밀면 기울기가 바뀌고, 너무 밀면 기계가 멈췄습니다. 그 앞에서 잘하던 사람은 공을 때리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공이 어디로 갈지 미리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펭퐁은 그 앎을 전투로 옮긴 게임입니다.
때리지 않는다, 튕긴다
이 게임의 규칙은 한 줄입니다. 무기를 던져서 튕겨 맞힌다.
하키 퍽을 던지고, 총을 던지고, 이어폰을 던지고, 복어까지 던집니다. 날아간 물건은 벽과 적과 서로에게 부딪혀 방향을 바꿉니다. 빗나간 것이 돌아와 맞기도 하고, 잘 맞힌 것이 엉뚱한 데로 튕겨 나가기도 합니다.
직접 맞히려 겨누면 잘 안 됩니다. 어디로 튕길지 보고 던져야 맞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조준하는 게임이 아니라 각도를 읽는 게임입니다. 개발사도 인터뷰에서 이 장르의 다른 게임들보다 조작성에 더 방점을 둔다고 말했습니다. 가만히 서서 자동으로 적이 녹는 쪽이 아닙니다. 손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웨이브가 끝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한 판은 웨이브로 끊깁니다. 웨이브 끝마다 갈림길이 나옵니다. 잔혹한 계약을 맺거나, 도박장에 가거나, 상점에서 물건을 삽니다.
도박장은 이 게임의 성격을 잘 보여 주는 방입니다. 칩을 걸고, 잘 되면 판이 통째로 쉬워집니다. 안 되면 아무것도 없이 다음 웨이브로 갑니다. 아이템은 삼백 가지가 넘어서, 같은 캐릭터로도 판마다 손에 쥔 것이 달라집니다.
오락실 기계가 동전 한 개를 받고 다음 판을 팔았던 방식과 닮았습니다. 여기서는 동전 대신 이번 판에 쌓은 것을 걸게 합니다.
40년대 극장 만화의 얼굴
그림은 흑백 시절 미국 극장 만화 쪽에서 왔습니다. 눈이 크고 팔다리가 고무처럼 움직이는 그 얼굴들인데, 웃고 있는 표정이 어딘가 서늘합니다. 귀엽다와 섬뜩하다가 같은 화면에 있습니다.
주인공은 빚을 갚아야 하는 전직 하키 선수 펭귄입니다. 설정이 농담 같지만, 하키 선수라는 점은 농담이 아닙니다. 이 게임에서 퍽을 튕기는 것이 전투의 뼈대이기 때문입니다.
전작을 놓친 뒤에 만든 게임
게임메카는 펭퐁이 전작 그레이트 토이 쇼다운의 아쉬운 성적 이후 개발사의 재도약을 위해 설계됐고, 사내 게임잼 당시 가제가 핀볼 서바이벌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샌디플로어는 2024년 11월 그레이트 토이 쇼다운을 낸 개발사이며, 인터뷰 시점에 약 10명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인터뷰에서 개발사는 이 게임이 기존 뱀파이어 서바이버 장르보다 조작성에 더 방점을 둔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게임메카 · [인디言] 손맛과 빈티지 그래픽 더해진 뱀서라이크 펭퐁 (2026년 9월 28일 확인)
이 게임이 어떻게 시작됐는지가 게임에 남아 있습니다. 전작이 기대만큼 되지 않은 뒤, 개발사는 사내 게임잼에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때 가제가 핀볼 서바이벌이었습니다. 지금 이 게임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뼈대는 그 이름 그대로입니다.
열 사람 규모의 팀이 만든 것치고 화면에 들어간 손이 많습니다. 스팀 이용자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고, 컨트롤러를 제대로 받아 주고, 순위표가 있어 점수로 다시 붙게 만듭니다.
지금 해 보면
좋은 쪽은 분명합니다. 각도로 싸우는 구조가 이 장르에서 드물고, 그 드문 점이 끝까지 유지됩니다. 빗나간 것이 돌아와 맞을 때 오는 쾌감은 자동으로 적이 녹는 게임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한 판이 짧아 오락실에서처럼 한 판만 더 하게 됩니다.
아쉬운 쪽도 적어 둡니다. 튕김이 물리라서 내 뜻과 다르게 굴러가는 판이 있습니다. 그것을 변수로 즐기지 못하면 답답합니다. 도박장은 운이 크고, 운이 나쁜 판은 손으로 만회하기 어렵습니다. 판마다 할 일이 크게 다르지 않아 길게 하면 비슷해집니다.
겨눈 대로 맞는 손맛을 찾는다면 어긋납니다. 이 게임이 주는 것은 겨눈 대로가 아니라 튕긴 대로입니다. 핀볼 기계 앞에서 공이 어디로 갈지 손목으로 재던 사람이라면, 그 손이 먼저 알아볼 것입니다.
오락실 한켠 핀볼 기계 앞에서, 공이 어디로 갈지 손목으로 재던 그 시간 기억하시나요.